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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나의이야기

과거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E03

바리스타요셉 2021. 2. 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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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무단도용/사용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본 이야기는 제가 활동하고 있는 사진동호회의 자유게시판에 올렸었던 팩션(Faction) 성격의 글입니다. 벌써 20년이나 되었지만 기념으로 제 블로그에 기록하여 보관하기 위해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어느 더운 여름날, 문득 소재가 떠 올라서 즉흥적으로 약 3시간 만에 손 가는 대로 쓴 글이라서 내용 구성과 진행이 좀 이상할 거예요. 그래서 옮겨 오면서 조금 다듬고 보완은 했습니다만 제가 다시 봐도 좀 급하긴 했더군요. 

이야기가 시작하는 시기는, 사진동호회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자리를 잡아가며 본격적으로 SLR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취미로 즐기게 되는 2002년 가을 무렵입니다. 

이야기 진행 중 나오는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은 아니며 pixabay.com 에서 라이센스 문제가 없는 것으로 골라온 것입니다. 사진 올려주신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전 이야기 : 과거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E02

 

 


 

에피소드. 03 

 


 

살짝 긴장되는 느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아무래도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 듯하다. 은근히 기대도 되는 것도 사실이고. 

 

우선 간단하게 확인해 볼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밖으로 나가기엔 시간이 많이 늦은 듯하여 내 방 안을 찍어보기로 결정하였고 확실히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있었던 날이 적당할 듯해서 처음 사진이 잘 못 찍혔던 지난주 주말을 떠 올렸다. 날짜가... 달력을 보니 10월 13일 일요일이었다.

마침 지금 이 시간이면 그 날 출사 다녀와서 막 집에 들어왔던 시간과 비슷하니 날짜만 그 날로 맞춘다면, 그리고 내 예상이 맞다면 그 날의 지금 이 시간의 내 방 안 모습이 사진에 찍힐 것이다.

두근 거리는 심장... 나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데이타백의 날짜를 세팅하였고 방 구석진 곳에서 방 전체가 잘 나오도록 구도를 잡은 다음 시간차를 두면서 필름 한 롤을 다 찍었다.


다 찍은 필름을 필름통에 넣고 메모까지 한 다음 카메라와 함께 가방에 넣어서 책상 위 모니터 옆에 두고 책상에 앉았다.

 

다시 문제의 사진을 보니 심장이 더욱 두근거리고 동공마저 확장된다.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내가 생각한 그게 맞다면...

 

 

숨이 가빠온다.

 

냉장고에서 캔맥주 하나를 꺼내와서 단번에 들이키니 조금 머리가 맑아지고 진정이 되는 듯하다.

 

 

아직 확실하진 않다. 


일단은, 내일 현상해 보고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누웠다. 하지만 결코 잠을 잘 수는 없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나는 아침도 안 먹고 집을 나와 사진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사진관은 신문사 기자들과 관련 업체에서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서 아침 일찍 오픈하기 때문에 출근하면서 들러 필름을 맡기곤 한다. 

 

사진관에 들어가니 역시 이른 아침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고 인화기 돌아가는 소리가 활기차다. 자주 이용하다 보니 안면이 있는 분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아는 척을 해 주셔서 이렇게 아침 일찍 사진관에 들르는 날은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사장님께 필름을 전하면서 이번엔 현상만 부탁드렸다. 어차피 확인용이고 혹시라도 사진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으니 집에 있는 필름 스캐너로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하루 종일 신경 쓰여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자꾸 시계만 쳐다보니 속 모르는 다른 직원들이 오늘 데이트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고민 가득한 얼굴로 미소만 지으니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일 하는 중간중간 이와 관련된 일이 있었는지 검색해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 그분 말씀처럼 다른 사람들이 비밀로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루 종일 일에 집중하지 못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퇴근시간, 바로 사진관으로 달려가서 맡겨 놓은 필름을 찾아 나오는데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더 커진다. 

 

차 안에서 조심스레 필름을 꺼내어 살펴보았다. 네거티브 필름이긴 하지만 자주 봐서 그런지 어느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기에 확인해 보니 방안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나로 추정되는 사람이 찍힌 컷이 보이긴 한다. 빨리 스캔해서 보고 싶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이놈의 고물 컴퓨터, 부팅하는데만 무려 5분이나 걸리는데 오늘따라 더 느리게 느껴진다. 

 

부팅이 다 되어 돌려진 필름 스캔 프로그램, 그리고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썸네일.  

 

두근두근... 아! 다르다!

 

썸네일 내용만 보더라도 어제의 나와 복장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상적이라면 어제의 나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으니 사진 속의 방 안에 나의 모습이 안 보여야 된다. 그런데 등산복 차림의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가방도 일반 카메라 가방이 아닌 배낭형 카메라 가방이었고. 

 

숨이 턱 막히는 느낌... 소름이 돋는다. 

 

좀 더 크게 보고 싶어 썸네일 중 가장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 두 장을 선택하고 저장을 눌렀다. 그리고 모니터 화면 가득 채운 사진.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소름이 돋는다.

 

어제 찍은 사진 속에는 지난주 일요일의 내 방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던 것이다. 날짜 역시 지난주 일요일 날짜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나에게 무슨 일이! 어떻게 이런 일이! 영화에서나 볼 듯 한 이런 일이 내게? 내가 무슨 영화 속 주인공도 아니고... 

 

온갖 생각이 들며 좀처럼 진정되질 않았다. 

 

 

일단 좀 더 차분하게 정리해 보자.

 

그러니까, 단순히 필름에 촬영날짜만 찍어주는 기능만 갖고 있는 이 데이타백을 사용하면서 오늘이 아닌 다른 날짜를 설정해서 사진을 찍으면 설정한 그 날의 모습이 찍힌다는 거잖아. 

 

타임... 머신인가?

 

다시 사진을 보았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현실성 없는 지금 이 상황이 마치 꿈인 듯, 어떤 생각과 결정을 해야 할지조차 생각하지 못한 채 그냥 사진과 데이타백을 같이 놓고 지켜볼 뿐이었다. 

 

 

그분께 연락해 볼까?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며 잠시 고민하였지만 일단 좀 더 지켜보며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혹시 미래의 모습도 찍힐까?

 

단순한 생각이었고 바로 시험해 보고 싶었다. 만약, 미래의 모습까지 찍어 준다면 그건 정말 대박일 테니까. 솔직히 과거의 모습 보단 미래의 모습을 더 바라는 건 누구에게나 당연할 것이다.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데이타백의 날짜를 내일 날짜로 바꾸었다. 

 

 

02 10 23

 

2002년 10월 23일 수요일, 바로 내일 날짜다. 

 

 

 

내일 이 시간에 집을 비우기로 하고 방 안에는 내일과 구분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해 놓은 다음 촬영을 시작하였다. 

 

 

아침 일찍 사진관에 들러 필름을 맡기면서 현상만 부탁하였고 역시 퇴근하는 길에 바로 찾아왔다.

 

차 안에서 바로 필름을 확인해 보았는데 나의 모습은 안 보이지만 분명히 어제 내가 서서 찍은 방 안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계획대로라면 오늘 나는 어제 그 시간에 집에 안 들어가는 거였고 방안의 불은 꺼져 있을 테니 필름상에는 투명하게 보여야 된다. 하지만 필름 안에는 내 방 모습이 찍힌 듯 보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어제 그 시간을 넘겨 집에 들어갔고 필름 스캔을 하기 시작했다. 썸네일이 뜨고 그중 몇 장을 저장해서 열어 보니...

 

 

어제 연출해 놓은 내 방 모습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날짜까지 선명하게 찍혀있으니 데이타백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뜻.

 

 

기대와는 달리 미래의 모습은 못 찍어 주었다. 조금 실망스러운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 

 

과거의 모습만 찍어주는 카메라... 아니, 데이타백이라니...

 

 

아무래도 이제는 연락해 보아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다음 이야기 : 과거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E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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