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요셉의 삶 속에서 기록하고 전하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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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나의이야기

과거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E04

바리스타요셉 2021. 2. 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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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무단도용/사용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본 이야기는 제가 활동하고 있는 사진동호회의 자유게시판에 올렸었던 팩션(Faction) 성격의 글입니다. 벌써 20년이나 되었지만 기념으로 제 블로그에 기록하여 보관하기 위해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어느 더운 여름날, 문득 소재가 떠 올라서 즉흥적으로 약 3시간 만에 손 가는 대로 쓴 글이라서 내용 구성과 진행이 좀 이상할 거예요. 그래서 옮겨 오면서 조금 다듬고 보완은 했습니다만 제가 다시 봐도 좀 급하긴 했더군요. 

이야기가 시작하는 시기는, 사진동호회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자리를 잡아가며 본격적으로 SLR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취미로 즐기게 되는 2002년 가을 무렵입니다. 

이야기 진행 중 나오는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은 아니며 pixabay.com 에서 라이센스 문제가 없는 것으로 골라온 것입니다. 사진 올려주신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에피소드. 04

 


 

전화기를 든 나의 손이 살짝 떨리고 호흡도 살짝 가빠진다. 

 

틱틱틱틱~ 뚜루루루~ 뚜루~ 

 

밸이 두 번 정도 울리니 바로 받으셨다. 마치 내 전화를 기다린 것처럼. 


- 저... 그때 주셨던 데이타백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데이타백의 날짜를 잘 못 설정해서 찍으면 다른 사진이 찍히던데 혹시 알고 계셨나요?

 

내 말을 들으시더니 머뭇거리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시다가 한숨을 살짝 쉬시며, 

 

 

- 휴... 생각보다 빨리 연락이 와서 놀랐습니다. 혹시 그것 말고 다른 문제는 없던가요?

 

- 네! 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배터리가 다 된 듯해서 교체해 준 것 밖엔... 

 

- 일단 다행이군요! 확인할 것도 있고 전해 드려야 할 내용이 있는데 혹시 시간 내어 주시겠습니까?

 

- 아~ 네! 그런데 지금은 제가 부산까지 갈 시간이 없고 주말에 갈 수 있는데 어떻게 하죠?

 

- 그럼,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전화 끊고 두 시간가량 지났을까, 그분에게서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포항 지리도 잘 알고 계신 듯 약속 장소를 말씀드리니 아시겠다고 하셔서 카메라와 데이타백, 그리고 사진을 챙겨 약속 장소로 나갔다. 

 

카페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조용하게 대화할 수 있는 구석의 빈자리에 앉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따뜻한 차 한잔씩 시켜 놓고 기다리는데 그분이 데이타백과 사진을 좀 보여 달라길래 그분에게 건네주었다. 

 

한참을 보시더니 조용하게 말씀하셨다. 

 

- 짐작하셨겠지만 이 사진은 이 날짜에 해당하는 모습이 찍힌 것입니다. 즉, 과거의 모습이 찍혀있는 것입니다. 

 

 

이미 경험하여 알고 있었지만 그분의 말을 듣고 다시 놀라며 살짝 흥분이 되었다. 

 

- 역시 그런 거였군요. 처음엔 저도 안 믿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험해 보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락드린 거였고요.

 

- 생각보다 빨리 겪게 되셨네요. 배터리는 충분했을 텐데...

 

- 아... 혹시 제가 배터리를 교체해서 그런 건가요?

 

- 참, 배터리 교체했다고 하셨죠. 아마 그럴 거예요. 저도 받아서 배터리 교체하고 날짜를 안 맞춰서 찍었는데 이상한 사진이 나와서 알게 되었거든요. 

 

- 신기하네요.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니... 솔직히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 후 그분이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저도 처음에 안 믿었습니다. 저에게 이걸 주신 분께서

 

- 이 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이 선하다면 여기 설정하는 날짜에 해당하는 모습이 찍힐 거예요. 

 

라고 하시면서 주셨거든요. 

 

처음에는 장난으로 생각하고 공짜니까 그냥 별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요셉님과 같은 경우를 몇 번 겪으면서 그때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죠. 다시 그분에게 연락을 해서 확인을 해 보니, 역시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때 그분이 당부하시길,

 

- 절대 나쁜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그러면 당신에게 엄청난 불행이 올 수 있습니다. 

 

라고 하시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 그때부터 괜히 겁이 나더군요. 그래서 당분간 데이타백을 빼놓고 다녔습니다. 몇 개월을 그냥 그렇게 지내다 보니 데이타백에 대해서도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

 

퇴근을 하고 오랜만에 야외로 드라이브를 하던 중, 어떤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 가는데 길 옆에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보였습니다. 평소엔 무심코 지나갔을 테지만 그 날따라 그 현수막 내용이 눈에 자꾸 밟혀서 차를 돌려 내용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현수막에는 어떤 아이가 차에 치여 죽었다면서 뺑소니를 목격한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고 날짜와 대략적인 시간이 나와 있더군요. 시간을 보니 밤늦은 시간이라 아마 목격자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속으로 '저런 나쁜 놈이 있나. 저런 놈은 그냥 잡아서...  '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음 날 있을 동호회 촬영회 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장비를 꺼내놓고 정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장롱 깊숙이 넣어 둔 데이타백이 생각이 나더군요. 모임을 기념하기 위해 '날짜를 기록하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데이타백을 꺼내어서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후에 본 그 현수막이 계속 생각나는 거예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데이타백을 장착해서 그 장소로 다시 갔습니다.

 

그 장소에 도착해서는 그 날의 날짜를 맞춰놓고 현수막에 적혀 있는 시간 무렵에 여기저기 막 찍어 보았습니다. 밤늦은 시간이니 당연히 플래시를 끼워서 찍었고 시간대가 정확하지 않으니 시간차를 두고 필름 한 롤을 다 찍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진은 그 다음날 오후에 동호회 모임에 가서 찍은 사진이랑 같이 찾아왔습니다. 

 

사진을 찾아오면서 토요일 밤에 사고 현장에서 찍었던 사진을 꺼내 보았습니다. 한 장 한 장 자세히 보았지만 사고라고 보이는 모습이 찍히지는 않은 듯 하였습니다. 36판짜리 필름 한 롤을 다 찍었는데도 말아죠. 그렇게 마지막 사진을 꺼내는 순간, 

 

심장이 멎을 뻔했습니다.

 

맨 마지막 장... 거의 다 찍었을 때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찍었던 바로 그 사진 속에는...

 

 

어떤 아이가 차바퀴에 상체가 말려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끌려가는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너무나 처참했기에... 

 

 

그 날 바로, 그 현수막이 있던 곳으로 다시 가서 거기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 목격자는 아니지만 그 날 사고 현장이 찍힌 사진을 갖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니까 전화받으시던 분이 많이 놀라며 바로 오셨습니다.

 

 

잠시 후, 아이의 부모인 듯 한 두 분이 초췌한 모습으로 서둘러 오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조심스럽게 그 사진을 보여 드리니 아이의 어머니 되시는 분은 절규하며 기절하시고 아버지 되시는 분은 기절하신 어머니를 부축하여 안으신채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저보고 이 사진을 어떻게 구했냐고 물어보길래 과거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에 대해 말해보았자 믿지 않으실 것 같아서 그냥 우연히 구했다고 대충 말하고는 돌아왔습니다.

 

 

얼마 후 그 사진 덕분인지 뺑소니 차를 잡았다고 뉴스에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그 데이타백을 즐겨 이용했습니다.

 

바로 뺑소니 사고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은 다음 피해자 가족분들에게 전해 주는 거였지요. 처음엔 신났습니다. 보람도 있었고요! 보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돈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군요. 아마...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처음엔 순수한 의도였습니다. 뺑소니는 나쁘다 라고 생각하며 뺑소니 운전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되고 피해자는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받아야 된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순수하게 피해자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제가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처음에 이걸 저에게 주신 분이 하신 말, '나쁜 목적으로 사용하면 불행이 온다'는... 전 그 말을 잊고 있었습니다. 


전 돈을 바라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찍은 후 많은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피해자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많이 요구했습니다. 피해자 쪽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저에게 돈을 주고 사진을 받아 갔습니다. 아니, 제가 사진을 팔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말 나쁜 짓이었죠.

 

차츰 돈 맛을 느낄 무렵, 언제부터인가 사진이 안 찍히는 것입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카메라를 새로 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과거의 모습은 여전히 찍히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저에게 처음으로 불행이 다가왔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뒤늦게 깨우쳤지만... 

가족들이 하나둘씩, 알 수 없는 병으로 앓아누웠습니다. 전 모아둔 돈으로 병을 고쳐 보려고 해 보았지만 안되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그냥 경과만 지켜보던 차에 결국 어머니께서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얼마 후, 사랑하는 동생도 죽었습니다. 이제 남은 식구는 저랑 아버지인데 아버지께서는 지금도 병원에 계십니다. 

 

저는 직장을 잃고 나서 조금 남아 있는 돈으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장사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에 가게에 불이 나서 모든 걸 태워 버렸습니다. 정말 암담했습니다. 

 

그렇게 삶의 의욕을 잃고 있던 중,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바로 예전에 저에게 데이타백을 주었던 그분이셨습니다.


- 요즘 잘 지내시나요? 그 데이타백은 잘 사용하고 계시죠?

 

라면서 안부 인사를 하시더군요. 저는 지금 제 사정을 말하고 데이타백도 언제부터인가 사진을 못 찍어낸다라고 말을 하니, 혹시 나쁜 목적으로 사용을 했었느냐고 물어보시더군요. 그래서 사실대로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께서 막 호통을 치시면서, '나쁜 목적으로 사용하면 불행이 온다라고 했는데 왜 자기 말을 안 들었느냐'라고 하시더군요. 그러시면서 빨리 그 데이타백을 다른 마음 착한 사람을 찾아서 주라고 하셨습니다.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고 그 새 주인이 좋은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지금 불행이 멈출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래서 부랴 부랴 장터에 올려서 새 주인을 찾게 된 것입니다. 

 


 

긴 이야기를 마친 후 가볍게 차 한 모금을 마시더니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 지금까지 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이 말을 드리고 싶었어요. 제 경우를 미리 말씀드리니 이걸 사용하시면서 절대 나쁜 마음은 먹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좋은 목적으로 사용해 주세요. 그래야 저에게 닥친 불행들이 조금은 사라질지도 모르니...

 

  그럼 귀한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지요! 

 

 

그 말만 남기시고 그분은 급하게 돌아가셨다.  

 

 

휴... 사실 아직까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분의 말이 사실이라고는 하지만 확신을 위해서는 조금 더 시험해 보기로 결정하고 카메라와 사진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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